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AI를 활용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콘텐츠 접근성 향상 방안

by noja1989 2025. 5. 9.

보이지 않는 벽, 시각 장애인이 겪는 디지털 정보의 장벽

디지털 콘텐츠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정보 접근성의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특히 시각 장애인을 위한 웹 콘텐츠 환경은 여전히 많은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단순히 텍스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영상, 아이콘, 애니메이션 등 시각 중심의 정보 전달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이 일반적인 웹사이트나 앱을 이용하려 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바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설명 부족’**이다.

일반 사용자는 이미지를 보면 내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스크린리더(Screen Reader)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은 이미지의 alt(대체 텍스트) 속성이 없거나, 의미 없는 이름(예: img123.jpg)으로 되어 있다면 해당 이미지가 어떤 정보인지 전혀 파악할 수 없다. 영상도 마찬가지다. 영상 속 자막은 볼 수 없고, 내레이션 없는 시각적 장면은 무의미한 공백이 된다.

통계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전 세계 2억 명 이상의 시각 손상자는 인터넷 사용에 있어서 제한을 받고 있으며, 이 중 90% 이상이 정보 콘텐츠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 디지털 권리의 문제이자, 사회적 배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은 학습, 취업, 사회 참여, 일상 소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불이익을 의미한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AI 기술의 개입이다. AI는 사람처럼 보고, 듣고, 이해하는 능력을 점점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콘텐츠 보완, 생성, 변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한 스크린리더를 넘어, 실제 이미지를 설명하고, 영상의 흐름을 음성으로 해설하며, 사용자의 명령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제는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 시각장애인이 다른 사용자와 같은 수준으로 콘텐츠를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 핵심 과제가 되었다. AI 기술은 그 해결책으로서 점점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이 바꾸는 접근성 기술의 현재와 가능성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기술은 오랜 시간 보조 기기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스크린리더, 점자 디스플레이, 확대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도구들은 사용자의 능동적인 조작을 필요로 하며, 여전히 콘텐츠 자체가 시각 정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AI 기반 접근성 기술이다. AI는 사용자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자체를 사용자의 조건에 맞게 ‘바꿔주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이미지 자동 설명 기술이다. 이는 딥러닝 기반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이미지 속 객체, 배경, 인물, 동작을 인식하고 이를 문장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세 사람이 회의실에서 회의 중인 모습”과 같은 설명을 자동으로 생성해 스크린리더를 통해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시각 정보를 ‘읽게 해주는 것’에서 나아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Seeing AI 앱은 이러한 기술의 대표적인 사례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어떤 대상을 비추면, AI가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음성으로 설명해 준다. 문서 읽기, 인물 인식, 주변 풍경 설명, 심지어 사람의 표정까지 분석해 ‘지금 이 사람이 웃고 있어요’라고 설명해 준다. 이는 시각장애인의 자율적 생활에 혁신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구글 또한 Lookout 앱을 통해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OCR(광학 문자 인식)을 결합해 인쇄물 텍스트도 자동 읽어주고, 실내 길안내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Facebook은 이미지 업로드 시 AI가 자동으로 설명 태그를 생성해 스크린리더 호환성을 높이고 있고, Apple은 VoiceOver와 AI 보조 기능을 통합하여 사용자 인터페이스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 접근성에서도 AI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사람의 수작업으로만 가능했던 **오디오 설명(Audio Description)**을 AI가 자동으로 생성하는 기술이 등장한 것이다. 이는 영상의 시각적 장면을 요약하고, 인물의 움직임과 표정을 설명하며, 무대 배경이나 분위기 등을 음성으로 전달해 준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놀란 표정으로 방을 둘러본다’는 식의 설명이 영상 중간에 삽입되어, 시각 정보 없이도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게 만든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GPT 계열 언어모델을 활용한 다중 모달 접근성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는 이미지, 텍스트, 음성을 동시에 인식하고 생성하는 AI로, 시각장애인이 ‘이 사진 속의 상황을 설명해 줘’라고 말하면, AI가 이미지 분석 + 음성 명령 해석 + 문장 생성까지 연결된 결과를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읽기 기능을 넘어, 인터랙티브 한 콘텐츠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단지 사용자를 위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 자체의 방향성을 바꾸고 있다. 즉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전제로 콘텐츠가 기획되고, AI는 그 과정에서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평등한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로 작동하게 된다.

AI 접근성 기술의 보급 전략과 사회적 의미

AI를 활용한 콘텐츠 접근성 기술은 기술적으로 매우 진보해 있지만, 실제 사용 현장에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이 디지털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술의 보급성과 콘텐츠 제공자의 인식 부족 때문이다.

첫째, 많은 웹사이트와 플랫폼은 여전히 이미지의 alt 속성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접근성을 위한 메타데이터를 따로 작성하는 것이 번거롭고, 당장의 트래픽이나 수익성과 직결되지 않는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콘텐츠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미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웹 접근성 미준수로 인한 소송이 급증하고 있으며,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경우도 많다.

둘째, 시각장애인 사용자 입장에서도 AI 기반 보조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 신뢰 부족, 기술 장벽 등이 존재한다. 특히 중장년층 사용자일수록 새로운 기술을 접하는 데 부담을 느끼며, 음성 인터페이스에 대한 두려움이나 개인정보 노출 우려도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기술 도입과 함께 사용자 교육, 서비스 접근성 안내, 인터페이스 단순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접근성 표준 준수와 자동화 도구 도입이다. 콘텐츠 제작 시 WCAG(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 가이드를 참고해 접근성 체크리스트를 반영하고, AI 기반 자동 설명 생성기를 활용하면 개발 부담을 줄이면서도 사용자 편의는 높일 수 있다.

둘째, AI 툴의 사회적 사용권 확대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콘텐츠 제작자, 1인 미디어, 교육기관 등도 AI 접근성 도구를 무료 혹은 저가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소스 및 API 공개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콘텐츠 전체 품질의 하향 평준화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셋째, 시각장애인 사용자 참여형 개발 구조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실제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 디자인하는 구조가 필수다. ‘이 기능이 필요한가?’보다 ‘이 기능이 실제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가?’를 사용자에게 직접 검증받아야 한다. 이는 기술의 정교함보다, 실사용 중심의 설계가 더 중요하다는 접근이다.

사회적으로도 AI 접근성 기술은 단순 기술 발전을 넘어 디지털 인권, 정보 평등, 사회적 포용을 실현하는 수단이다.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노년층, 일시적 장애인, 저시력자, 언어 취약자 등 모두에게 해당된다. 콘텐츠가 모두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이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실행의 문제다.

AI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가 그 기술을 모두를 위한 방향으로 적용할 의지와 전략을 갖추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