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음악을 작곡하는 시대다. 과거에는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창작’이라는 행위가 이제는 누구나 몇 줄의 명령어(프롬프트)만으로도 손쉽게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콘텐츠 생산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그에 따르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바로 ‘저작권’이다.
누군가의 그림 스타일을 따라 만든 AI 이미지, 내가 만든 블로그 글을 베낀 듯한 다른 블로그 글, AI가 학습한 데이터로 유사하게 작성된 스크립트들. 어디까지가 보호받는 창작물이며, 어디서부터 침해인가? 더 중요한 건, 이런 변화 속에서도 내가 만든 콘텐츠를 어떻게 지키고, 보호하고, 권리로서 주장할 수 있는가다.
이 글에서는 생성형 AI 시대에 콘텐츠 생산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저작권 이슈와, 실질적으로 자신의 콘텐츠를 지키기 위한 전략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생성형 AI와 저작권: 경계가 모호해진 시대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기존의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기술을 말한다. 텍스트, 이미지, 음악,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으며, 대표적인 예로는 ChatGPT, Midjourney, DALL·E, Runway ML 등이 있다. 이들 AI는 인간이 만든 콘텐츠를 수천만 건 이상 학습하며, 이를 바탕으로 창작물과 유사한 결과를 생성한다.
문제는 이러한 학습 데이터에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많은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이미지나 블로그 텍스트, 음원 등이 포함된 학습 데이터는 AI가 결과물을 만들 때 원저작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유사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로 인해 저작권 침해 논란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이후 해외에서는 다양한 소송 사례가 등장했다. 예술가들이 AI 플랫폼들을 상대로 자신의 그림이 무단 학습 데이터로 활용되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뉴스 출판사들은 AI가 자사 기사를 학습에 사용한 것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또 일부 국가에서는 AI가 만든 콘텐츠의 저작권 귀속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거나, 입법을 추진 중이다.
그렇다면 AI가 만든 콘텐츠는 저작권이 보호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현재까지 ‘AI가 단독으로 만든 결과물’에 대해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작권은 ‘인간의 창작물’을 보호하는 것이며, 기계가 만든 결과물은 법적으로 창작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개입해 방향성을 설정하고, 창작 의도를 명확히 반영한 경우에는 인간의 기여도에 따라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프롬프트 몇 줄로 생성한 이미지나 글은 ‘기계 생성물’로 취급되어 보호받기 어렵다. 반면, 생성된 결과물을 편집하거나 가공해 창의적인 방식으로 재창작한 경우는 인간의 창작 행위로 간주되어 저작권을 주장할 여지가 생긴다.
현재 한국에서도 AI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문화체육관광부, 특허청, 저작권위원회 등이 실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입법적 기준은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내 콘텐츠를 지키는 1차 전략: 저작권 등록과 표기
AI 시대라 해도, ‘사람이 만든 콘텐츠’는 여전히 법적으로 강력하게 보호받는다. 따라서 내가 직접 제작한 글, 이미지, 영상, 음원 등은 우선적으로 저작권을 명확히 표기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창작자들이 "어차피 블로그나 SNS에 올리면 퍼가더라"며 방치하지만, 표기와 등록은 콘텐츠 보호의 첫걸음이다.
첫 번째 전략은 저작권 표기다. 콘텐츠 하단 또는 바닥글 영역에 ‘ⓒ 작성자 이름, 연도. All rights reserved.’ 형식으로 명확히 표기하면 제삼자가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또 Creative Commons(CCL) 라이선스를 활용하면, ‘어떤 조건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명시할 수 있어, 타인의 무단 사용을 예방하면서도 합법적인 공유를 유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저작권 등록 제도 활용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문화정보원 등에서는 각종 콘텐츠를 등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글이나 이미지의 원문 파일을 등록해 두면, 나중에 유사 콘텐츠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증거로 활용 가능하다.
이 밖에도 ‘디지털 워터마크’를 콘텐츠에 삽입하거나, 블로그나 웹사이트에 ‘복사 방지 코드’를 적용해 콘텐츠 무단 복제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특히 네이버, 티스토리, 워드프레스 등 주요 플랫폼은 해당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하거나, 플러그인을 통해 설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증거 보존이다. AI 시대에는 콘텐츠 복제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내 콘텐츠가 먼저 만들어졌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작성 시점의 파일 원본, 작성 과정 기록, 게시 날짜 등을 꾸준히 백업해 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자동 저작권 보호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예를 들어 카피킬러, Copyscape, Plagiarism Checker 등은 온라인상에 유사한 콘텐츠가 올라왔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준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어디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침해가 의심되면 즉시 삭제 요청이나 경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즉, 생성형 AI 시대에는 ‘저작권 보호의 수동적 태도’가 아니라, ‘공격적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 남들이 내 콘텐츠를 얼마나 퍼가는지를 막기보다는, 퍼갔을 때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권리 확보와 대응 체계가 핵심이다.
AI 콘텐츠 범람 시대의 대응법: 나만의 스타일을 콘텐츠로 만든다
저작권 보호의 마지막이자 가장 강력한 전략은 바로 콘텐츠의 차별화다. 생성형 AI는 기존 데이터를 모방하거나 조합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이는 즉, 이미 존재하는 정보의 재구성에는 뛰어나지만, 개인적 경험, 고유한 시선, 실전 노하우가 담긴 콘텐츠를 완전히 따라 하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AI 시대에 콘텐츠 제작자로서 가장 경쟁력 있는 방식은 나만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생산이다. 예를 들어, 단순한 다이어트 정보보다 ‘내가 3개월 동안 시도한 간헐적 단식 일지’, ‘1인 창업자가 처음 입점한 마켓 후기’처럼 개인적 경험이 결합된 글은 AI가 쉽게 따라 하지 못한다.
또한 문체의 개성도 중요한 저작권 보호 전략이다.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문장을 생성하더라도, 누군가의 특유의 문장 리듬, 어휘 사용, 위트 있는 표현 등은 그대로 모방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브랜드 블로그, 셀프 브랜딩 기반 콘텐츠는 AI 콘텐츠와 뚜렷한 구별점을 갖는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축적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특정 분야(교육, 여행, 경제, 공공기관, 학술 등)에 꾸준히 글을 올려 해당 카테고리에서 콘텐츠 신뢰도를 쌓으면, AI가 만든 콘텐츠보다 훨씬 높은 검색 가치를 갖는다. 특히 네이버, 구글 검색 알고리즘은 점차 ‘EEAT(전문성, 경험, 권위, 신뢰)’ 지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실명을 활용하거나 지속적인 기록 활동은 신뢰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커뮤니티 기반 보호 전략이다.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각 플랫폼은 신고 기능과 저작권 침해 경고 시스템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자들끼리 정보 교류와 협력을 하는 커뮤니티 활동도 중요하다. 침해 사례 공유, 경고 대응 노하우 교환, 법적 조치 방법 안내 등은 1인 창작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결국 생성형 AI 시대는 콘텐츠 생산자에게 ‘더 많은 고민’을 요구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더 이상 단순 정보만으로는 보호받기 어렵고, 단순 아이디어는 AI에 의해 금방 소모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고유한 창작 의지와 표현의 정체성, 그리고 적극적인 저작권 대응 전략이 있다면 충분히 콘텐츠를 보호하고, 오히려 AI를 활용한 콘텐츠 확장도 가능하다.